실전 드론 사고 백서

드론 촬영 중 '예상치 못한 만남'에 대처하는 법---ep.55

바람2020 2025. 8. 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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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고, 들판을 걷고, 마을과 논두렁을 날아다니며 영상을 담는 일이 내겐 이제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매일이 같은 리듬으로 흘러가는 건 아니다. 어느 날은 바람이 세고, 또 어느 날은 하늘이 너무 좋아 마음이 벅차기도 하고, 그리고 어떤 날은… 예상치 못한 만남이 찾아온다.

촬영 중 “누구 허락받고 찍는 거요?”

드론을 띄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여기서 뭐 하시는 거요?”
처음엔 반가운 인사려니 했지만, 가까이 다가온 이의 표정은 그리 반갑지 않았다.

“이거… 허락 받고 찍는 거요?”
이런 상황은 드물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내가 의도치 않게 타인의 사유지를 담았거나, 단순히 드론 비행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졌던 분들이 나서서 말을 거는 경우.

대화의 시작은 “정보”에서 출발한다

촬영을 의뢰받았을 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이것이다.
“정확히 어떤 용도로 촬영하시는 건가요?”
하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은 처음엔 명확히 답하지 않는다. 단순히 "풍경 좀 찍어주세요", "논밭을 항공에서 담고 싶어요"라고 말할 뿐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 도착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땅의 경계, 토지 소유 여부, 도로와의 접점, 그리고 이웃과의 분쟁 여부 등
정확한 정보 없이는 오히려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영상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되묻는다.
“혹시 주변 분들과 촬영 관련 이야기를 나눠보셨나요?”
“드론에 찍히는 범위 내에 민감한 구역이 있을 수 있나요?”

질문을 던져야 비로소 정보가 나온다.
"아… 사실 이 땅이 이웃이랑 분쟁 중이라 조심해야 해요"
"이 도로는 공공이 아니라 사도(私人道路)라 촬영 허가가 좀 애매해요"
그제야 중요한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예상치 못한 만남’은 대부분 정보 부족에서 생긴다

사실 드론 촬영 중 누군가와 마주쳐 말다툼까지 가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단 한 번의 오해로 드론 촬영이 중단되거나, 영상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이렇게 생각한다.
드론은 하늘에서 비추지만, 그 뿌리는 ‘지상’에 있다.
하늘을 나는 영상일지라도, 땅 위에서의 이야기를 먼저 알고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정리하며

  1. 촬영 전, 고객에게 반드시 상세한 정보를 요청하자.
  2. 드론 촬영 범위 내의 토지, 건물, 도로의 소유 여부를 사전에 파악하자.
  3. 민감할 수 있는 지점(분쟁 중인 땅, 사유지, 인물 포함 등)은 촬영 전 미리 조율하자.
  4. 누군가 다가오면, 자세히 설명하고, 정중하게 대화하자.
  5.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의'와 '정보'는 드론보다 더 멀리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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