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영상
바람 위를 걷는 길, 간월재에서 간월산까지
바람2020
2025. 11. 24. 11:44
지난주, 나는 간월재휴게소에서 시작해 하늘에 가장 가까운 능선을 따라 올랐습니다.
아침 햇살이 구름을 스치며 흘러가고, 능선 위로 부는 바람이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주던 날.
드론을 띄우자, 눈앞으로만 보이던 풍경이
순식간에 하늘이 허락한 시야로 펼쳐졌습니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이어지는 능선,
푸른 산세 위에 길처럼 드리워진 억새밭의 흔적,
그리고 멀리 신불산과 영축산이 배경처럼 서 있었습니다.
간월재의 바람은 언제나 조금 거칠고,
그 거친 바람을 이겨내고 선 산의 능선은 더 단단해 보였습니다.
날은 이미 여름로 깊어가고 있었지만,
산빛은 아직도 초여름의 선명함을 머금은 채
바람 따라 흔들릴 뿐이었죠.
드론은 능선을 따라 천천히 흘렀고,
사람들이 오르며 남긴 작은 발걸음들이
한 줄의 길처럼 자연 앞에 이어졌습니다.
높이 날아올라 내려다본 간월산의 그 모습은
늘 걸어서는 보이지 않던 또 하나의 진실.
사람이 지나는 길도, 바람이 만드는 길도
이곳에서는 모두 한 방향으로 이어져 있었어요.
잠시 날개를 접고 멈춰 서서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곳까지 오느라 수고했어,
이 바람은 오늘 너를 위한 선물.”
영상 안에 담은 건 풍경이지만,
사실 내가 담고 싶었던 건 그 바람의 기억이었어요.
간월재에서 간월산까지 이어진,
조용하고도 광활한 하루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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