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13. 22:14ㆍ드론영상
비슬산의 왕관, 대견사와 얼어붙은 꽃들의 연회
비슬산은 늘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산이었다. 특히 봄마다 산을 붉게 물들이는 참꽃 군락지로 잘 알려진 이곳. 하지만 내가 찾은 비슬산은 봄의 화사한 얼굴이 아닌, 겨울의 고요와 강인함을 간직한 모습이었다. 흰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풍경 속에서, 봄의 흔적과 겨울의 기세가 맞부딪히며 만들어낸 장관. 그 중심에 비슬산 대견사가 있었다.
오르기 전, 준비해야 할 것들
비슬산 대견사에 가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바로 **‘비슬산반딧불이전기차승객대기소’**다. 자차로 접근하더라도, 여기서부터는 개인 차량으로 올라갈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전기 셔틀버스를 타야만 한다.
주차 또한 이곳 대기소에 해야 한다. 혹 등산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곳에서부터 걸어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전기버스를 타지 않고 오르기로 한 나 역시 이곳에 차를 세우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대견사까지, 숨이 찰수록 더 고요해지는 길
대기소에서부터 비슬산 대견사까지의 길은 생각보다 훨씬 험했다.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지고, 경사도 만만치 않다. 처음부터 숨이 가쁘고 다리가 무거웠지만, 나무들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설경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온 산이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세상, 말 그대로 겨울 왕국이었다.
대견사에 도착할 즈음,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풍경 속에서 마음이 차분해졌다. 눈 위에 찍힌 발자국들은 그 누구의 말보다도 더 깊은 대화를 건네는 듯했고, 새하얀 눈밭 위로 나지막이 펼쳐진 대견사의 지붕선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하얀 산사, 그리고 하늘 위에서 바라본 참꽃 군락지
대견사에 도착한 뒤, 나는 드론을 띄웠다. 드론을 통해 내려다본 풍경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대견사 뒤쪽으로 펼쳐진 참꽃 군락지는 아직 꽃을 피우진 않았지만, 흰 눈과 붉은 가지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겨울 정원처럼 보였다. 얼어붙은 풍경 속에서도 생명을 머금은 나뭇가지들, 그리고 그 사이를 타고 흐르는 산 능선의 리듬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참꽃 군락지 너머, 얼음 동굴을 지나 정상으로
드론 촬영 후 나는 정상으로 향하는 길을 올랐다. 편도 약 4km 정도 되는 거리지만, 이날의 눈은 **‘습설’**이었다. 눈 속에 수분이 많아 무거웠고, 나뭇가지들이 축 늘어진 채 길을 막고 있었다. 참꽃 군락지는 거의 얼음 터널이 되어 있었고, 그 좁은 공간을 기어가다시피 지나야 했다.
익숙하지 않은 길이었기에 나는 여러 번 길을 헤맸고, 심지어 다시 드론을 띄워 주변 지형을 확인해야 할 정도였다. 나침반과 지도보다 더 정확한 시선, 그것이 오늘은 하늘에 있었다.
자연이 만든, 가장 완벽한 풍경
겨울의 비슬산은 참으로 고요하다. 바람조차 말없이 지나가는 그 공간 안에서, 나는 자연과 내가 같은 호흡으로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견사와 그 주변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고, 바위 위를 덮은 얼음 결정들과, 나뭇가지 끝에 달린 눈송이 하나하나까지도 예술처럼 보였다.
봄이 오기 전의 겨울, 참꽃이 피어나기 전의 고요. 그 찰나의 계절 사이에서 나는 가장 아름다운 자연을 마주했다.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비슬산의 겨울은 단순한 설경이 아닌, 계절이 만들어낸 정적의 미학이었다. 언제 또 이런 날씨, 이런 눈, 이런 순간을 만날 수 있을까. 언젠가 또 이런 풍경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때는, 좀 더 여유롭게, 더 많은 장면을 사진과 마음에 담아오고 싶다.
함께한 장비
- DJI 드론 (모델: DJI 미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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