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 달빛과 철쭉 사이를 걷다
황매산, 달빛과 철쭉 사이를 걷다 바람은 말을 아끼고, 산은 빛으로 대답했다.그곳은 황매산, 철쭉이 산자락을 수놓는 5월의 초입이었다.해가 지고 난 뒤, 달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아직 어둠에 물들기 전의 푸르스름한 시간,세상은 마치 깊은 숨을 들이쉬는 듯 고요했다.그 틈을 따라 걸었다.돌무더기 위에 앉아 잠시 쉬려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수줍게 떠오른 달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멀리서 보면 그냥 붉은 융단 같았던 철쭉은가까이서 보면 가지마다 서로 부딪히며 피어오른 작은 생들이었다.그 수많은 생들이 모여 만들어 낸 보랏빛 물결은낮 동안 빛에 취한 풍경을 품고, 저녁이 되어 더 깊어졌다.우리는 결국, 지나가는 계절 속에서스쳐가는 풍경들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니까요.그리고 어느 봄날, 지는 철쭉이 가장 아..
202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