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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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바람이 머무는 곳, 황매산 초가을
황매산에 오르던 날, 계절은 아직 가을의 문턱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9월 초의 산은 여전히 푸른 잎들이 산자락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능선마다 구름이 낮게 깔려 흘러가며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냈습니다. 드론을 띄우자, 하얀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열리며 황매산의 능선이 드러났습니다. 구름에 가려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능선의 모습은 마치 숨바꼭질 같았고, 그 순간순간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왔습니다. 아직은 덜 자란 억새들이 능선마다 줄지어 서 있었는데, 초록빛 줄기 위로 햇살을 받으며 은빛을 머금어 가을의 전조를 보여주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황매산은 억새의 바다로 물들겠지만, 그 전의 이 풋풋한 모습 또한 놓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바람이 구름을 몰고 와 능선을 감싸고, 다시 흩어지면 ..
2025.09.30 -
황매산, 달빛과 철쭉 사이를 걷다
황매산, 달빛과 철쭉 사이를 걷다 바람은 말을 아끼고, 산은 빛으로 대답했다.그곳은 황매산, 철쭉이 산자락을 수놓는 5월의 초입이었다.해가 지고 난 뒤, 달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아직 어둠에 물들기 전의 푸르스름한 시간,세상은 마치 깊은 숨을 들이쉬는 듯 고요했다.그 틈을 따라 걸었다.돌무더기 위에 앉아 잠시 쉬려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수줍게 떠오른 달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멀리서 보면 그냥 붉은 융단 같았던 철쭉은가까이서 보면 가지마다 서로 부딪히며 피어오른 작은 생들이었다.그 수많은 생들이 모여 만들어 낸 보랏빛 물결은낮 동안 빛에 취한 풍경을 품고, 저녁이 되어 더 깊어졌다.우리는 결국, 지나가는 계절 속에서스쳐가는 풍경들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니까요.그리고 어느 봄날, 지는 철쭉이 가장 아..
2025.05.15 -
겨울 황매산, 눈 속을 걷다 – 드론에 담은 은빛 능선의 기억
겨울 황매산, 눈 속을 걷다 – 드론에 담은 은빛 능선의 기억황매산은 계절마다 표정을 달리하며 나를 자주 불러들이는 산이다. 해가 바뀌기 전, 벌써 다섯 손가락 안팎으로 이 산을 다녀왔다.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봄이면, 능선을 따라 온통 분홍빛 물결이 펼쳐진다. 여름이면 짙푸른 녹음 속 캠핑의 즐거움을, 가을엔 억새가 바람결에 일렁이며 산을 덮는다. 그리고 겨울, 흰 눈으로 덮인 산은 고요한 아름다움으로 다시 내 마음을 흔든다.이번 겨울도 그랬다. 일찍이 눈 소식을 들었지만 이미 휴가를 내고 짐도 다 챙긴 터라, 황매산 오토캠핑장 부근에 주차하고 조심스레 산에 올랐다. 목적지는 삼봉. 드론 촬영을 위해선 그곳까지는 가야 했기에, 무게가 3kg 가까이 나가는 장비가 어깨에 묵직하게 얹혀 있었지만, 이..
2025.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