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28. 10:30ㆍ귀농·귀촌 리포트
승곡체험마을에서 보낸 두 달은 내게 많은 것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은 늘 조용히 다가오는 법이다.
2달의 체험이 끝나갈 무렵, 나는 이상한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조금 귀가 먹먹하네. 감기 기운이 있나?"
별생각 없이 마을 근처 작은 병원을 찾았다.
진료는 빠르고 간단했다. 의사 선생님은 가볍게 청진기를 대어보고 약을 처방해주었다.
"며칠 약 먹으면 괜찮아질 겁니다."
그러나 약을 먹어도 귀는 점점 더 어둡게 닫혀갔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나는 부산으로 내려갔다.
귀 전문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청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 게다가 이미 치료 골든타임을 지나고 있었다.
"진작 오셨어야 했습니다. 지금은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의사의 말에 머리가 하얘졌다.
농촌의 의료 현실을 체감하다
이 일은 단순히 내 건강 문제만이 아니었다.
농촌의 의료 시스템이라는 현실을 절실히 느끼게 했다.
농촌 지역은 대형 병원은커녕, 전문 클리닉조차 드물다.
보건소, 작은 의원, 약국 정도가 전부였다.
갑작스런 질병이나 응급 상황에서는 큰 도시로 가야만 한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읍·면 지역에는 상급종합병원이 단 한 곳도 없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농촌이 도시보다 2배 이상 높지만,
정작 필요한 의료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농촌현황 2024' 보고서)
농촌에서는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었다.
긴 치료의 시간
부산의 병원에서는 고압산소치료,
귀 속 주사, 정맥주사 등 강도 높은 치료가 이어졌다.
병원을 오가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체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침대에 누워 있을 때마다 생각했다.
'나는 다시 농촌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귀촌은 나에게 맞는 길이 맞을까?'
의사는 말했다.
"회복은 체력과 비례합니다.
몸이 약해지면 귀도 다시 나빠질 수 있어요.
할 수 있는 만큼, 해봅시다."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두 달 넘게 치료에 집중했다.
다행히, 청력은 90% 가까이 회복되었다.
그러나 남은 것은 지쳐버린 몸, 그리고 무거운 생각이었다.
시골의 현실, 도시의 그리움
병원 대기실에서 나는 종종 농촌 생활을 그리워했다.
조용한 계곡 소리, 맑은 하늘,
텃밭을 일구던 따뜻한 손길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니,
'시골은 천국만은 아니다.'
자연은 아름답지만,
그 안에 살아간다는 것은 도시보다 훨씬 강인한 체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했다.
농촌, 아름다움과 고단함 사이
귀촌 귀농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농촌을 '힐링'의 공간으로 상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프면 안 되는 곳',
'스스로를 돌볼 수 있어야 하는 곳',
'계획 없이 뛰어들기엔 너무나 현실적인 곳'이다.
농촌 의료 현실에 대해 정부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농어촌 의료서비스 개선 사업'이라 하여,
보건소 현대화, 순회 진료 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참고: 보건복지부 '농어촌 의료 개선 계획 2025')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귀촌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일만이 아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걸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농촌은 새로운 '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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