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7. 17:35ㆍ귀농·귀촌 리포트
사람과 사람 사이, 새로운 인연을 잇다
승곡체험마을이 특별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힘에 있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체험 공간이 아니라, 방문자의 성향에 따라 ‘귀촌형’ 또는 ‘귀농형’ 방향을 고려해 맞춤형 경험을 제공합니다.
저처럼 막연한 귀촌의 꿈을 안고 온 사람부터, 본격적으로 작물을 재배하며 농업에 도전하고자 하는 이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 마을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마을에서는 이미 정착한 귀촌인, 귀농인, 그리고 본래부터 이곳에 살아온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 기회를 마련해 줍니다.
저는 이곳에서 여러 분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고, 그들을 통해 단순히 이상으로만 생각했던 농촌 생활의 현실적인 조언과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 어떤 책이나 유튜브 영상에서도 얻을 수 없는, 살아 있는 정보였습니다.
유일한 농막, 계곡 옆에서의 삶
승곡체험마을은 대부분 황토방으로 이루어진 숙소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가 머물게 된 곳은 그중 유일하게 농막 형태로 지어진 집이었습니다. 그 집은 마을 숙소 중에서도 가장 아늑한 위치, 계곡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었죠.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로 잠에서 깨어나고, 테라스에 나와 앉아 감나무와 두릅나무가 어우러진 자연 풍경을 바라보는 일상이 이어졌습니다. 시계 소리도, 자동차 소리도 들리지 않는 세상. 자연의 숨결 속에 푹 파묻혀 있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이곳의 두릅은 재배된 것이었지만 향과 맛이 무척 뛰어났습니다. 향긋한 풀내음이 입안 가득 번지고, 마치 봄을 그대로 씹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도시에서 자란 제게 두릅은 마트나 시장에서 봉지에 담긴 모습이 전부였지만, 이곳에서는 나무 그 자체로 마주하는 자연이었습니다.
다시 도시로 돌아가기 전, 마음속에 남은 것
두 달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마을에서 보낸 시간 동안 제 마음속에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그저 바람 같은 마음으로 찾아온 농촌이었지만, 이제는 조금 더 가까워진 삶의 한 방식이 되었습니다. 비록 당장 도시를 떠나 살 용기는 없지만, 언젠가 이곳처럼 조용하고 단단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죠.
승곡체험마을에서의 삶은 그런 작은 씨앗 하나를 제 마음에 심어주었습니다.
이제부터 그 씨앗을 잘 가꾸어 보려 합니다.
자연처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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