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14. 14:44ㆍ실전 드론 사고 백서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경북 봉화 문수산 자락에 조용히 안긴 축서사를 찾았습니다. 안개가 산을 감싸고 있었고, 사찰은 그 속에서 마치 시간을 멈춘 듯 고요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맑고 차분한 공기 속에서 발걸음은 자연스레 느려졌고, 사찰의 풍경 하나하나가 마음에 잔잔한 울림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축서사는 신라 문무왕 13년(673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알려져 있습니다. 의상대사는 화엄사상을 정립한 고승으로, 국내 여러 곳에 화엄 사찰을 창건했는데, 축서사도 그중 하나입니다. ‘축서(鷲棲)’라는 이름은 지혜를 상징하는 독수리가 깃든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문수보살의 지혜와 깊이 맞닿아 있는 장소임을 암시합니다.
사찰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석조비로자나불좌상과 목조광배, 그리고 축서사석등이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경상북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어 있으며, 단순한 예불의 대상이 아닌, 수백 년 간 이 자리를 지켜온 시간의 흔적이자 역사적 유산입니다.
특히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은 통일신라 후기의 불상 양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재입니다. 부처님의 표정은 부드럽고 자비로우며, 옷주름은 자연스럽고 단정하게 표현되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경건함을 느끼게 합니다. 이 불상은 보물 제995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팔각 대좌와 더불어 세심하게 조각된 장식들이 눈에 띕니다.
목조광배는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섬세하고 정교했습니다. 꽃무늬와 불꽃무늬가 정밀하게 새겨져 있어, 불상의 위엄과 신성함을 한층 돋보이게 해줍니다. 당시 장인들의 섬세한 손길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부분이었고, 촬영하는 내내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축서사석등은 천으로 덮여 있어 그 전모를 직접 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산불 방지나 풍화로 인한 훼손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였습니다. 다음에는 천이 걷힌 채 그 석등의 아름다움을 직접 마주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사찰 건물들은 비교적 최근에 중건된 듯 깔끔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 점이 문수산의 자연과 잘 어우러지며 더 따뜻하고 정겨운 인상을 주었습니다. 오래된 전각이 주는 무게감은 없었지만, 대신 아늑한 품속 같은 분위기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소박함이 있었습니다.
비와 안개, 그리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의 산사 체험은 일상 속의 번잡함을 내려놓게 하고, 마음 한 자락을 정화시켜 주는 듯했습니다.
한적한 날, 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더 천천히, 더 깊이 사찰 곳곳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위치 정보
경북 봉화군 물야면 월계길 739
054-672-7579
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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