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13. 10:12ㆍ실전 드론 사고 백서
✈️ 이륙보다 더 어려운 순간, 착륙
드론을 띄울 때마다 느낍니다. 하늘은 넓고, 풍경은 아름다운데… 착륙은 늘 어렵고, 또 조심스럽습니다.
이륙보다 어려운 게 착륙이라지만, 직접 겪어보면 그 말이 왜 진심인지 알게 됩니다.
저는 예전에 산 정상 근처, 가로세로 1m 정도 되는 평평한 바위 위에 드론을 착륙시키려다 낭패를 본 적이 있습니다.
바위 위는 보기엔 괜찮아 보였어요. 넓이도 충분하고 바닥도 고른 편이었죠. 주변엔 풀도 많고 경사도 심했기 때문에, 가장 안전해 보이는 자리가 바로 그 바위였습니다.
드론을 천천히 내려 바닥에 닿기 직전, 저는 화면 속 장면만을 믿고 손을 떼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드론은 마치 미끄러지듯 앞으로 '슥' 날아가더니, 바위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바닥은 고르지만 지형이 살짝 기울어 있었고, 바람도 미세하게 불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단단히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드론은 바위 아래 쪽 경사면에 걸리듯 꽂혀버렸죠.
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다행히 큰 고장은 없었지만, 그 날 이후로 ‘바위 위 착륙’은 저에게 공포의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하나의 습관이 생겼습니다. 산에서는 항상 드론을 ‘손바닥에 받는다’는 것.
~~~~~~~~~~~~~~~~~~~~내려오면 바람이 많이 불어 위치를 못잡고 있음~~~~~~~~~~~~~~~~~~~~~~~~~
물론 처음엔 낯설고 무서웠습니다. 바람이 불면 손에 제대로 안착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고, 빠르게 회전하는 프로펠러가 가까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움찔하게 되더군요. 하지만 몇 번 시도해보니, 그게 오히려 더 안전했습니다. 지면 상태를 신경 쓸 필요도 없고, 갑작스런 기울기나 돌풍에도 대응할 수 있었죠.
그 이후로 저는 '착륙지'라는 말이 결코 단순히 '드론이 내려오는 자리'가 아니라는 걸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위에서 내려다보며 생각하는 그 자리가, 실제론 다를 수 있다는 것.
특히 드론 화면을 90도 아래로 내렸을 때 보이는 모습이 실제와 어긋날 수 있다는 점, 이건 정말 자주 경험하게 됩니다.
그림판을 깔고 ‘H’ 표시까지 해놓고 실험해본 적도 있었습니다. "이건 정확히 돌아오겠지"라는 기대였죠. 결과는 반쯤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드론은 돌아왔지만, H 중앙에 정확히 안착한 적은 드물었어요. 조금은 옆으로, 혹은 살짝 빗겨간 자리에 착륙을 시도하더군요.
결국 기술이 아무리 좋아져도, 마지막은 사람이 직접 판단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저는 드론이 착륙할 때 항상 화면을 아래로 내리고, 착륙지를 눈으로 다시 확인합니다. 주변 지형, 바람 방향, 기울기, 햇빛 반사… 모든 걸 고려해서, 필요하다면 직접 손으로 받아냅니다.
드론을 날리는 일은 단순히 하늘을 보는 게 아닙니다. 땅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늘 위 풍경이 아름다울수록, 착륙은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걸… 저는 바위 위에서 그걸 배웠습니다.
혹시 지금도 '자동 착륙이 잘 되겠지' 하고 방심하고 계신가요?
오늘 글을 읽고 한 번쯤 ‘착륙지는 정말 괜찮은가?’ 하고 되물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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