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25. 14:13ㆍ드론영상
벚꽃이 모두 진 낙동강 둑방길, 파릇한 잎사귀들 사이에서 단 한 그루만이 끝내 자신의 시간을 살아내듯 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벚나무가 화려한 절정을 이루던 시간이 이제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듯, 모두가 푸른 잎으로 갈아입은 그 길목에 남겨진 단 하나의 벚꽃은 이상하리만치 선명했습니다.
그 풍경이 참 묘했어요.
한 송이 한 송이 가녀리게 피어 있는 그 나무가 왜 그렇게 쓸쓸해 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제때 피지 못한 슬픔인지, 아니면 끝까지 버티며 피어난 의지인지...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니 그 벚꽃나무는 마치 누군가의 마음 같았습니다.
계절이 가도 놓지 못한, 혹은 끝까지 놓고 싶지 않은.
삼락공원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낙동강 옆 작은 강줄기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한참 동안 물가에 앉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그들의 모습은 풍경 속의 점처럼 작지만, 어쩐지 그 점 하나하나가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누군가는 삶의 여유로 그 자리에 있고, 누군가는 복잡한 일상에서 도망치듯 그 자리를 찾았겠지요.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지상에서 보는 것과 또 달랐습니다.
하늘은 흐렸지만 빛 한 줄기가 살짝 내려와 강을 비추고,
그 옆에 덩그러니 서 있는 벚꽃나무와 물가에 앉은 사람들,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둑방길이 마치 오래된 기억을 꺼내어 펼쳐놓은 듯했습니다.
영상은 평온했지만, 제 마음 어딘가에선 고독이 살짝 스며들었습니다.
다들 함께 있었던 시간은 지나가고, 지금은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방식으로 봄을 마무리하고 있는 그런 느낌.
아무 말 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 벚꽃 한 그루처럼 말이죠.
봄은 지나가지만, 그 끝에 피어난 벚꽃이 제 마음 한구석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사람들에게,
늦게 피어났다고 해서 그 의미가 작아지는 건 아니라는 걸
작은 벚꽃이 조용히 말해주는 것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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