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14. 21:20ㆍ드론영상
황매산 철쭉 군락지를 드론으로 처음 바라보는 순간,
그저 숨을 들이쉬는 것조차 아까울 만큼 압도당했습니다.
수천, 수만 송이의 철쭉이 능선을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고,
그 붉고도 보랏빛의 물결은 마치 산이 피워낸 봄의 마지막 선물 같았습니다.
처음엔 어느 능선을 향해 드론을 날려야 할지 몰랐습니다.
너무 넓었고, 너무 아름다워서, 한곳에 초점을 맞추는 게 죄스러울 정도였죠.
결국 나는 그냥 높이 올렸습니다.
황매산은 말이 없었지만, 하늘에서 바라보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습니다.
드론은 능선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사람들이 오르는 산길도, 철쭉이 피어 있는 자락도,
그리고 그 틈을 채우는 바람의 결도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땅에서는 보지 못하는 질서와 패턴을 하늘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그건 자연이 만든 거대한 곡선이자, 시간의 흔적이었습니다.
이 철쭉들은 이제 지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몇몇 부분은 초록빛 잎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고,
어떤 곳은 아직도 활짝 핀 모습으로 봄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상태건, 그 자체로 아름다웠습니다.
마치 사는 것이 그런 것처럼요.
화려한 전성기도, 서서히 바래가는 때도,
모두 그 시간에만 머무는 귀한 순간들이라는 걸
하늘 위에서 보니 더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보고 있는 이 풍경은 아마 다시 오지 않을 겁니다.
내일 다시 온다 해도, 철쭉은 조금 더 졌을 테고,
빛은 조금 다르게 비칠 테니까요.
그래서 드론을 조종하는 손이 조심스러웠습니다.
어느 방향이든, 지금 이 장면이 사라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담고 싶었거든요.
하늘에서 바라본 황매산은 참 고요했습니다.
사람들은 그 안에 있었지만 풍경 속에 묻히듯 작았고,
철쭉은 바람에 흔들리며 아무 말 없이 봄을 보내고 있었죠.
그 고요함 속에서, 오히려 짙은 외로움 같은 게 느껴졌습니다.
화려함 뒤에 찾아오는 허전함 같은 것.
그게 철쭉이 전하는 이야기 같기도 했습니다.
이 풍경을 본 사람들이
누구나 같은 감정을 느끼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나는 오늘,
지기 시작한 철쭉에게서 가장 강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다본 그 물결 같은 산이
오랫동안 내 안에 남을 거란 걸 알았습니다.
Cryin In My B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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