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3. 22:24ㆍ드론영상
5월 초, 두타산을 찾았습니다.
겨울의 흔적은 어느새 사라지고, 산은 온통 연한 초록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었습니다.
신록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때는 아마 이 무렵일 것입니다.
갓 돋아난 새싹들은 연둣빛으로 빛났고, 그 사이사이에서 진초록 잎들은 배경처럼 풍경을 감쌌습니다.
드론을 띄우기 전부터 마음이 설렜습니다.
두타산의 대표적인 명소 중 하나인 베틀바위는
멀리서 바라볼 때마다 마치 설화 속 거대한 직조기를 연상케 합니다.
거기서 실을 뽑던 여인의 전설이 지금도 능선을 따라 흐르고 있는 듯,
그 바위는 여전히 고요한 자세로 봄을 맞고 있었죠.
드론이 천천히 고도를 높이자,
그 아래로 펼쳐진 숲과 능선, 그리고 바위들은 서로 다른 초록의 결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연두색 나뭇잎이 보드랍게 흔들렸고,
멀리서 보면 진녹색 수풀은 묵직하게 산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이 계절의 색은 그저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했습니다.
**북폭(그림폭포)**도 이 계절엔 특별했습니다.
삼화사 뒤편, 짙은 숲 속을 지나야 만날 수 있는 북폭은
수량이 많지도 적지도 않게 적당히 흐르고 있었고,
그 물소리는 드론의 모터 소리 너머로도 희미하게 들리는 듯했습니다.
카메라는 폭포를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위로 치솟으며, 바위 벼랑 사이를 훑었습니다.
그 풍경은 마치 산이 자신만의 숨겨진 이야기 한 장을 조심스레 펼쳐 보이는 듯했죠.
자연은 말이 없지만, 그 고요함 속에 담긴 이야기는 늘 깊고 진하게 마음에 닿습니다.
한동안 나는 드론의 뷰파인더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기체를 잠시 멈춰 세워놓고 눈으로 산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떤 풍경은 기계보다 눈과 가슴에 담아야 한다는 말을,
그곳에서 다시 떠올렸습니다.
바람은 적당히 불었고, 구름은 가볍게 흘렀습니다.
그날의 두타산은, 소란스럽지도 고요하지도 않은
아주 딱 좋은 봄날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베틀바위 아래로 펼쳐진 능선은,
지금 막 새로 시작하는 봄의 의지를 보여주는 듯 생기로 가득했고,
북폭은 오래도록 그 자리에서 흐르며 계절의 순환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드론이 마지막으로 하강할 때,
나는 두타산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넸습니다.
이 아름다운 봄날을,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를 잠시나마 나눌 수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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