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황매산, 눈 속을 걷다 – 드론에 담은 은빛 능선의 기억

2025. 3. 19. 10:51드론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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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황매산, 눈 속을 걷다 드론에 담은 은빛 능선의 기억

황매산은 계절마다 표정을 달리하며 나를 자주 불러들이는 산이다. 해가 바뀌기 전, 벌써 다섯 손가락 안팎으로 이 산을 다녀왔다.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봄이면, 능선을 따라 온통 분홍빛 물결이 펼쳐진다. 여름이면 짙푸른 녹음 속 캠핑의 즐거움을, 가을엔 억새가 바람결에 일렁이며 산을 덮는다. 그리고 겨울, 흰 눈으로 덮인 산은 고요한 아름다움으로 다시 내 마음을 흔든다.

이번 겨울도 그랬다. 일찍이 눈 소식을 들었지만 이미 휴가를 내고 짐도 다 챙긴 터라, 황매산 오토캠핑장 부근에 주차하고 조심스레 산에 올랐다. 목적지는 삼봉. 드론 촬영을 위해선 그곳까지는 가야 했기에, 무게가 3kg 가까이 나가는 장비가 어깨에 묵직하게 얹혀 있었지만, 이 눈 덮인 풍경을 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정상을 지나 삼봉으로 향하는 길목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등산로 곳곳에 눈이 얼어붙어 미끄럽고, 발목까지 쌓인 눈은 한 걸음 한 걸음 더디게 만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느린 걸음 속에서, 나무 위에 소복이 쌓인 눈, 능선 위로 퍼지는 잔잔한 햇살, 그리고 발밑으로 뻗어 나가는 고요한 계곡 풍경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삼봉에 도착해 드론을 띄우니, 내가 서 있는 자리보다 훨씬 위에서 내려다본 황매산의 겨울은 감탄 그 자체였다.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능선의 곡선, 흰 눈 아래 겨울잠을 자는 숲, 멀리 보이는 합천호의 물빛모두가 한 편의 풍경화 같았다. 특히 은하수를 보았던 그 밤의 기억이 오버랩되며, 이곳이 왜 내게 특별한 산인지 다시금 깨닫게 했다.

황매산은 등산만이 전부가 아니다. 산 아래 오토캠핑장 이용 가능해, 하룻밤 자연 속에서 쉬어가는 이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특히 맑은 날 밤, 능선에서 바라보는 은하수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차가운 공기 속에 서서 별을 올려다보며 있으면, 자연의 위대함과 내 작은 존재가 맞닿는다.

삼봉에서의 촬영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은 오히려 올라갈 때보다 여유가 있었다. 하산길에 눈이 쌓인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니, 마치 시간도 천천히 흐르는 듯한 느낌. 발걸음 하나하나에 눈이 뽀드득 소리를 내며, 그 고요한 산속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황매산은 매번 올 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언제나 내 마음 어딘가를 따뜻하게 흔든다. 다음엔 봄의 철쭉을 다시 만나러 올까. 그땐 드론 속 풍경도, 내 마음도 분홍빛으로 물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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